군 대체복무제 도입은 여전히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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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5.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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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군 대법 상고 기각에 조명한 ‘양병거’ 현주소
병력수가 감축되면 병력자원을 그만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대체복무요원의 폭도 지금보다 한결 확대 운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하고 윤광웅 국방장관이 곧 국방개혁을 주제로 네티즌과 대화를 갖는 자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로 한 시점이어서 향방이 주목된다.
더욱이 지난 9일 자신의 평화적 군복무 신념에 따라 비무장 전투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재림군인 이경훈 형제의 대법원 항소가 기각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조명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훈 형제의 판결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소수 의견으로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한지 갓 1년이 지나고, 국회 국방위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일부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과 정부 측 공술인조차 “비무장 군복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는 요지의 발언을 제기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법원 역시 현행 법률체계상 집총거부가 용인되지 않고, 다른 사병들과의 위화감 조성이나, 군의 사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근거상황을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때문에 이제라도 대체복무제 도입과 비무장 전투요원제도의 입법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활발한 지원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국회에 권고해 놓은 상태다.
그사이 집총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크게 변화되었음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경훈 형제의 대법원 판결 결과를 전한 한 인터넷뉴스의 기사 댓글은 향상된 인권인식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비오면’이라는 ID의 누리꾼은 “나라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신념을 존중해주고 해법을 연구하는 국가여야 ‘네 젊음을 희생해서 나라를 지켜라’ 라는 주장에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이라는 이름의 사용자는 얼마 전 발생한 비무장지대 소총난사사건을 언급하며 “징집대상자를 무조건 군대에 집어넣는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군복무에 적합한 사람을 추려내어 입대시켜야 정상적으로 돌아갈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며 입법부가 신속하게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체복무제 도입은 여전히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제자리 걸음 상태다. 뿐만 아니라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일반의 저변인식도 걸림돌이다.
병역을 신성한 의무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현상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짙게 나타난다.
최근 헤럴드경제가 전국의 대학생과 20대 직장인 등 이른바 ‘블로그 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3%가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양심을 핑계로 한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해 이들 역시 보수적 성향을 보였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실정에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은 24%, ‘대체복무 체계만 잘 갖춰져 있다면 허용해야 할 일’이라는 답변은 23%를 차지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조심스런 의견이 대다수였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문제’라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위의 질의에 대해 “병역의 형평성, 국민적 합의의 부족 등을 고려하면 대체복무제는 시기상조”라고 답변한 정부의 변하지 않는 태도도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장애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정치적 또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총을 들길 거부하는 개인의 양심 또한 신성하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대체복무제는 기꺼이 그 타협안으로 제시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는 의미 있는 수용임을 인식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현재 432명이던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수감자는 지난달 말 1,04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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