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와 정교회’ 에큐메니칼 모임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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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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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폭력의 문제 세계화와 연결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종교간 적대감과 이로 인한 신학적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교회의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열린 이번 모임에서는 ‘다원주의와 정교회’에 대한 문제와 함께 종교적인 적대감과 폭력에 대항해 나가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특히 이 모임은 다양성과 폭력의 문제를 세계화의 문제와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또 이 모임에서 채택한 선언문은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이 지역적인 경계를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면서, 우리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신념과 가치체계에 대한 과거의 가설들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특정 지역의 문화와 종교가 세계화라는 물결에 휩쓸리면서 억압과 지배의 구조 역시 지역적 구분을 넘어 세계화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 것이 바로 종교적 적대감과 폭력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희랍정교회 관구장 데미트리오스 대주교는 주제강연을 통해 “다원주의란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이 부유하고 힘있는 사람들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이 세상에서의 문화와 종교의 폭넓은 다양성”이라고 정의하고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전체 사회를 향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프린스턴대학의 리차드 포크 교수는 “지금 교회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종교를 종교답게 만드는 것이 곧 극단주의로 이끄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하고 “오늘의 종교가 정말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빈곤같은 도덕적인 문제를 중요한 관심사로 끌어 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콘라드 라이저 WCC 총무는 다원적인 사회에서의 폭력과 종교문제에 대한 강연을 통해 “성경에는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워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비폭력이 공존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인간의 내면에는 폭력적인 것을 생명을 키워 나가는 건설적 힘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잠재돼 있다”고 밝혔다.
‘다원주의’에 대한 논의를 심도깊게 짚어나간 이번 모임의 결과에 대해 디미트리오스 대주교는 “우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다원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정교회의 목소리”라고 밝히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신학적인 말만을 하고자 한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현대의 표현을 빌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이해하는 영성을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회와 함께 결의한 공동선언문은 화해 문제와 관련, “세계화와 다원주의는 용서와 화해가 단순한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공적이면서도 지극히 정치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교회는 억압받는 사람들, 희생자들,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우리의 예언자적인 목소리와 교회론적인 응답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걸음이 앞으로 어떠한 향방으로 연대적 움직임을 보여 나갈는지 관심의 눈길은 계속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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