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성경 329번 완독’ 권만복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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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연초에 세우는 계획에는 ‘성경완독’이 포함돼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아무리 새해 목표를 세우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삼일 만에 멈추기도 하고 몇 달 만에 실패하기도 한다. 그런데 성경 100번 읽기를 목표로 세웠다가 329번이나 읽은 사람이 있다. 1936년생으로 구순을 바라보는 권만복 목사가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수백 권의 책을 집필한 그는 은퇴 후에도 국내외에서 활발한 선교활동을 펼쳐왔다. 한평생 한국 재림교회에 영적 유산을 남기는 일에 앞장서다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강원도 평창에 머물며 예수님과 동행 중이다.
하얀 설원이 펼쳐진 곳에서 만난 백발노인의 피부가 유난히 뽀얗고 밝은 것은 여전히 곁에 성경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의 입술은 조금 느리게 움직였지만, 그가 전하는 말씀에는 힘이 실려 있어 더없이 은혜로운 인터뷰였다.
▲ 성경을 이렇게나 여러 번 읽게 된 계기는?
- 1967년 1월 9일 충남 예산 어느 교회의 사경회에서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이창덕이라는 청년이 ‘성경 100독’을 제안했다. 그때 내 마음이 움직여 100독을 목표로 부지런히 읽었다. 이후 목회의 길을 걸으면서 목회 현장이 곧 내 무덤이 되게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어디를 가든 나로 살지 않고 그리스도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죽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빈 무덤만 남기고 다음 임지로 향하고는 했다. 해외 선교사로도 오래 돌아다녔으나 어디서든 나를 묻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끝까지 ‘나’로 살고 싶어 묻히기를 저항하는 자아를 매일 마주쳤다. 그래서 나를 성경 말씀 속에 묻기로 했다. 아침저녁, 아니 시시때때로 말씀 속에 파묻히려고 노력하다 보니 329회나 읽었다.
▲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그렇게 많이 읽을 수 있나.
- 조각 천을 모으면 하나의 이불을 완성할 수 있듯이 부스러기 시간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시간이 만들어진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잡담하는 시간,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모두 합하면 성경 읽을 시간이 만들어진다. 무언가를 자루에 담을 때 도저히 담을 수 없을 만큼 가득 담았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흔들고 막대기로 휘저으면 틈이 생겨 조금 더 담을 수 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또 어디를 가든지 성경을 휴대하고 다닌다. 아무리 계획대로 움직이는 일상이어도 예기치 않은 시간이 나기 마련이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조금 늦는다거나 계획이 바뀌거나 하는 것처럼 언제 틈이 날지 모른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하지만, 마음만 있으면 시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1962년부터 2023년까지 1년 평균 3.2회 읽었다. 1년에 6번 읽은 적도 있고 1번 읽은 적도 있다.
▲ 본인만의 성경 읽는 루틴이 있나?
- 새벽에 일어나면 샤워부터 하고 무조건 말씀을 읽는다. 성경을 읽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통독을 마친 날짜뿐 아니라 시간과 분까지 기록한다. 이것은 분 단위까지 쪼개서 성경을 읽기 위한 마음이자 노력이다. 지금도 눈이 어둡고 혀도 굳어가고 손도 떨리지만 읽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하나님이 어떻게든 성경을 읽게 해 주신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통독 경험은 언제인가?
- 1986년에는 한 해에 6번이나 읽었다. 그때는 재림교회 역사 중 가장 힘들던 시기다. 그러나 틈만 나면 성경을 읽었더니 그렇게 읽을 수 있게 됐다. 성경을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도 그해에 20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220권 넘게 출간했다.)
1994년에는 특별한 일로 금식을 하면서 읽었는데 일주일 내로 다 읽을 수 있었다. 80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오로지 성경만 읽었는데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음이 호수같이 고요해져 어려운 문제를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요한계시록부터 거꾸로 읽었을 때는 8개월이 걸렸다. 영어 성경을 읽은 적도 있는데 1년 정도 소요됐지만, 더욱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험을 했다. 한글 성경을 소리를 내며 읽은 적도 있다.
▲ 가장 좋아하는 성경 말씀과 그 이유는?
- 야고보서 5장 7, 8절 말씀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주의 강림하시기까지 길이 참으라 보라 농부가 땅에서 나는 귀한 열매를 바라고 길이 참아 이른비와 늦은 비를 기다리나니 너희도 길이 참고 마음을 굳게 하라 주의 강림이 가까우니라” 성도의 삶은 ‘인내’ 그 자체다. 무엇이든지 인내하면 하나님께서 전부 알아서 해 주신다는 것을 믿으며 수도 없이 경험했다.
▲ 성경 필사도 했다고 들었다.
- 1994년 11월 30일 첫 필사를 시작해 1995년 6월 18일 오후 4시 40분에 마쳤다. 8개월, 201일 만에 끝났다. 한 장을 필사하기 전후에 반드시 기도를 드렸으니 다 쓰기까지는 6000번 이상의 기도를 드린 것이다. 성경을 펜으로 쓰긴 했지만, 사실은 기도로 쓴 것과 마찬가지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필사했다. 의대, 약대를 준비하는 자녀들보다 더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었다. 요즘도 강원도 평창 이목정교회의 원로장로, 집사들과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
▲ 재림성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성경 읽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경통독은 투자 중에 최고의 투자다. 오직 성경을 붙잡고 놓지 않는 자만이 사단의 갖가지 전략에 넘어가지 않고 바로 설 수 있다. 시금석(試金石)은 성경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 데 시간을 투자할지 결심하고 실천하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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