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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삼육고 도건호 군의 생애 첫 마라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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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7.11.0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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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와 ‘함께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운 10Km
한국삼육고 2학년 도건호 군은 마라톤을 통해 ‘같이의 가치’와 ‘함께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다.
이번에 우리 학생자치회는 개교 111주년 기념 ‘친구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선일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학교의 뜻 깊은 행사에 학생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펼친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또 입시를 앞둔 고3 선배들의 수능시험을 응원하는 취지를 함께 담았다. 학생회 임원과 지도교사 선생님 외에도 몇몇 희망하는 친구들이 동참해 주어 고마웠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생활이 바쁘지만, 달리기를 통해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체력과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편인 나는 마라톤이 생애 첫 도전이지만, 이번에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마라톤이라고 하면 평소에 많은 준비를 하고 긴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대회가 열린 그 주 체육시간에 운동장 몇 바퀴 돈 것 이외에는 딱히 크게 준비한 건 없다. 단지 첫 도전이어서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회당일 극도의 긴장이 밀려왔다. 출발 직전에는 심장박동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내가 과연 10Km를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긴장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참가자 속에 파묻혀 나는 한 친구와 같이 달렸다. 그때부터 나의 몸은 두 다리에 의존하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아무런 말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뛸 뿐이었다. 처음에는 긴장을 풀어보기 위해 가벼운 장난도 하며 재밌게 달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조금씩 숨이 차고, 두 다리는 점점 떨려왔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힘들거나 무겁지만은 않았다.

나는 ‘대학가자 친구들아! 대학팸’ ‘000 신학과 수석’이라는 문구를 등에 달고 뛰었다. 2학년에 올라와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보니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되었다. 함께한 시간은 18년 인생에서 조금에 불과하지만, 그들과 함께 남긴 추억은 나의 마음에 우주처럼 광활하게 저장돼 있다. 그들에게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무엇보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두 번째 문구는 내게 항상 힘이 되어주고, 내가 힘들어 할 때마다 함께 걱정하며 용기를 불어넣어준 선배 형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신학과에 지원하는데, 꼭 합격하기를 바라며 마음으로 존경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옆에서 함께 뛰던 친구의 발에 갑자기 쥐가 났다. 친구가 쉬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친구에게 계속 “괜찮아?”하고 물었다.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달리려고 했다. 돌이켜보면 기록은 조금 늦어졌지만, 친구와 함께 레이스를 할 수 있어 덜 외로웠던 것 같다.

만약 친구가 아프고 힘들다고 나 혼자 그냥 앞서 갔더라면 나는 아마 계속 혼자 쓸쓸하게 달려야 했을 것이다. 친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 덕분에 우리는 반드시 가져야만 했던 휴식과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었다.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속 깊은 대화를 하기도 했다.

‘같이의 가치’와 ‘함께의 힘’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가 힘들고 지쳐 쓰러지려 할 때 누군가 곁에서 함께 걸어간다면, 그리고 그 난관을 빠져나가기 위해 같이 노력한다면 안 될 일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중간 중간 보이는 친구들 역시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 어디선가 “한삼 파이팅!”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큰 용기를 얻었다. 다리에 쥐가 난 친구와 다시 이를 악물고 끈질기게 뛸 수 있었다.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느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쉬고 걷고, 또 달리다보니 어느새 결승점에 도달해 있었다. 나는 친구와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고한 나의 두 다리에 고마웠다. 내 인생 최초의 마라톤 도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완주 후에는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할 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긴장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며 두렵게만 여겨졌던 일이 ‘그래,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렇듯 이번 마라톤 도전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정말 보람찬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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