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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평화의 길, DOSS road’를 가다(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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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4.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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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21세기의 데스몬드 도스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에필로그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당시 가장 참혹한 전장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직간접적 피해를 입지 않은 가구가 거의 없을 정도다. 고령자 중에는 참상을 몸소 겪은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가까운 사이라도 가급적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남형우 목사는 “나하교회에도 전쟁피해 할머니가 있었다.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숨을 거둘 때까지 가족에게도 자세히 말을 하지 않았나 보더라”고 귀띔했다. 그 정도로 상처와 골이 깊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 속에 오키나와는 이제 일본에서 기독교인이 제일 많이 사는 곳이 되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교회를 쉽게 볼 수 있는 점이 놀랍다. 밤에도 환히 빛나는 십자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안식일 예배시간,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라는 가사의 찬미를 불렀다. 전쟁의 상흔을 대하고 난 뒤라 그런지, 같은 노래라도 여느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핵소 고지에 서서 데스몬드 도스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주여! 한 명만 더...’라고 처절하게 기도했을 그를 생각했다. 빗발치는 총탄에 죽어가던 동료를 어깨에 감싸 안고 ‘한 명만 더 구하게 해 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상상했다. 절벽에 오르기 전, 그의 예배가 끝나길 기다리며 묵묵히 서 있었을 동료병사들의 숙연함이 느껴졌다.  
  
구원과 파멸의 영적 전쟁터에서 ‘주여! 한 영혼만 더...’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신앙의 후예들을 그려보았다. 죄악의 구덩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복음을 외치는 선교사들을 생각했다. ‘주님! 저 한 사람만 더...’라며 은혜의 장막이 걷히지 않길 간절히 기도하는 목소리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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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 같은 세상에서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하는 반성도 들었다. ‘지금 나의 등 뒤에는 데스몬드처럼 나의 기도가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스쳤다. ‘한 사람만이라도 더’ 구원하고, ‘한 사람에게라도 더’ 봉사하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그의 정신을 공유하고 싶었다.

바람 부는 절벽의 끝에 서니 문득, 부상을 입고 신음하던 적군을 치료해 주었다는 데스몬드의 일화가 기억났다. 어쩌면 그날, 핵소 고지의 그에게 적군과 아군은 의미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저 모든 사람이 예수님의 피로 사신 구원받아야 할, 살아야 할 귀한 영혼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제겐 의무병으로 복무할 의욕과 열정이 있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위험한 사지로 나가 다들 죽이는 전장에서 전 살리는 일을 할 겁니다. 온 세상이 산산조각 나는 판에 저라도 그걸 조금 다시 붙이려는 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영화 <핵소 고지> 중에서

고지를 내려오며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오늘, 데스몬드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가 생명을 내걸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통렬한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우리에게 남기고 싶었던 신앙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러면서 데스몬드의 삶이 단지 한 비무장 전투요원의 무용담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됐다. 다른 나라 전쟁영웅의 이야기, 어느 재림군인의 영화 같은 극적 스토리에 멈춰 있는 건 아닌지 생각됐다. 평화와 화평의 하나님을 말하면서도 정작, 평화는 우리에게 너무 낯선 담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림교회가 이 사회에 어떻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News_9185_file3_v.png데스몬드 도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명존중의 숭고한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그는 자신의 안전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했다. 데스몬드는 신앙을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핵소 고지의 기적> 중에서

핵소 고지는 우리에게 감동을 넘어 도전을 던져준다. 재림교회와 성도들은 이 시대에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준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평화의 메신저’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점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21세기의 데스몬드 도스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묻는 시간이었다. 오키나와에는 지금 ‘평화의 길, DOSS roa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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