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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밑의 성경’ 이순옥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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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2.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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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일기로 ... 분단 이후 북한 지하교회 존재 증언자
‘전신주 밑의 성경’ 주인공 이순옥 할머니가 95세를 일기로 주 안에 잠들었다.
‘전신주 밑의 성경’ 주인공 이순옥 할머니가 지난달 27일 살렘동산노인요양원에서 95세를 일기로 주 안에 잠들었다.

그는 분단 이후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음을 증언한 유일한 생존자였다.

1926년 인천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음악과를 졸업한 후 황해도로 시집갔다. 6.25 동란의 상흔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1956년 당시 북선대회 서기(현 총무)였던 김겸목 장로로부터 재림기별을 받아들이고, 평양 보통강변에서 침례를 받았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이후 교회에 대한 핍박이 거세지면서 갖가지 문제로 인해 함경북도 두만강변까지 강제 이주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신앙으로 인해 남편이 공개처형을 당하고, 사랑하는 막내아들마저 34살의 젊은 나이에 총살을 당했다.

그러나 이런 역경과 수난 속에서도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999년 아들 이광일 씨와 함께 극적으로 북한을 탈출해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다. 어머니를 모시고 자유를 찾아 온 아들은 2016년 암으로 투병하다 별세했다. 그는 하나원에서도 탈북자들에게 안식일과 재림기별을 전해 그 중 5명이 침례를 받도록 인도하기도 했다.

이순옥 할머니의 삶이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은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긴 까닭이다. 그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한 친구를 통해 어느 이름 모를 재림교회 목사의 성경을 받았다. 그것이 재림교회와의 첫 인연이었다. 1936년 발행한 이 성경은 지금도 빗물자국과 퇴색한 세월의 흔적이 선명하다.

할머니는 서슬 퍼런 감시의 눈초리에도 목숨을 내놓고 성경을 지켰다. 늘 복대에 차고 다녔고, 때로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찬장 벽을 뜯어 보관하거나 뒤뜰에 파묻어 숨기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신주 밑의 성경 이야기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비에 젖어 복원이 어려운 성경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불에 태워 자녀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평생을 품에 안고 생명처럼 귀하게 여긴 이 성경은 2017년 삼육대박물관에 기증하며, 한국 교회에 위대한 신앙의 유산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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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는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혈육인 손자 이용길(가명) 씨 가족을 비롯한 의명선교회 회원, 탈북 후 남한 정착 과정에서 다녔던 태릉교회, 말년을 보낸 살렘동산 관계자 등이 빈소를 지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당시 한국연합회 국외선교부장이던 권정행 목사(북아태지회 청지기부장)는 중국에서 할머니를 처음 만나던 때를 회상하며 “북한에 아직도 재림교인이 남아 있으리라고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그분이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귀를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이제 그토록 갈급하던 자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연합회 국외선교부장 이병주 목사는 발인예배에서 “할머니는 분단의 장벽을 넘어 고향을 찾아와 이곳에서 잠들었다. 죄로 인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도 분단이 생겼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 벽을 허물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가고 싶고, 언젠가 가야하는 하늘본향에서 고인을 다시 만날 것이다. 이제 산 자의 몫이 남았으니, 성도의 인내를 지키며 이 소중하고 숭고한 재림신앙을 계속 잘 지켜나가자”고 권면했다.

고인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도운 김균 장로는 “15년 전, 그토록 열망하던 대한민국과 교회의 품에 안긴 할머니는 이제 재림공원묘지에 안장된다. 여러 곡절도 많았지만, 신앙을 온전히 보전했다. 동토의 땅에서 소망과 위안이 되었을 성경을 우리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남겼다. 우리에게 오늘, 그런 믿음이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영광과 승리의 날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중한 새소망교회 김선만 목사는 포천재림공원묘지에서 열린 하관예배를 통해 고인의 생전 목소리를 공개했다. 이 녹음파일에는 북한에서 많을 때는 50명의 주민이 함께 예배를 드렸으며, 발각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만 하나님의 보호아래 평안하게 예배를 드렸다는 육성증언이 들어 있다.

김 목사는 “그의 입을 통해 우리는 지금도 북한의 어딘가에 재림교인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을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고인은 재림교회에 너무나 큰 유산을 남겨주셨다”고 추모했다.

서중한 태릉교회 오범석 목사는 요한복음 5장25절 말씀을 인용한 설교에서 “할머니는 북한에서 성경을 감추기 위해 종종 땅속에 묻었는데, 이제 그가 흙으로 돌아간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간직한 사람은 땅 속에 묻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그는 가장 아름답고 건강한 몸으로 부활할 것이다. 성경을 생명처럼 사랑했던 할머니처럼 우리도 영생의 말씀에 항상 주파수를 맞추고 살자”고 강권했다.

참석자들은 소중한 신앙유산을 남기고 잠든 이순옥 할머니를 재림의 그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도 그런 생명의 씨앗을 마음에 간직하고 소망을 품은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News_9583_file2_v.png■ “형님! 재림의 그날 다시 만나요” ... 박인경 집사의 마지막 인사
불러 봐도 대답 없는 형님을 다시 한 번 불러봅니다. 재림묘지로 오시는 길이 그다지도 급하셔서 엎드려 슬피 우는 이 동생을 생각지 않으시고, 매몰차게 오셨는지요.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두 번 지나오는데 그 옛날 중국에서 만나 저에게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내가 여기 있다가 붙잡혀 북한에 끌려가면 죽는데, 나 좀 한국에 데려 가 달라고 애원하시던 형님의 소원을 이루는 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과 몇 분의 협력으로 무사히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또 넓은 미국 땅도 저와 함께 밟으셨죠.

남의 눈에는 행복해 보였는지 모르지만, 형님의 가슴속은 북한에 두고 온 딸이 보고 싶어 늘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살았죠. 그를 통해 북한에 남아 있는 순교자의 자손들에게 많은 생활비를 지원하신 당신은 진정한 북한선교사입니다. 그런 본을 받아 저도 북한선교를 더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열심히 전도할 겁니다.

형님이 늘 딸을 생각하면서 말씀하시던 그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훗날 딸을 만나면 주려고 했는데, 나도 곧 형님 뒤를 따라갈 것 같네요. 자손들에게 주겠으니 안심하세요. 그들이 할머니의 소원을 꼭 지킬 겁니다.

머잖아 우리 예수님이 공중에 나타나셔서 “깨어라. 일어나라”고 외치실 때 형님은 그 영광의 음성을 듣고 일어나셔서 이 동생을 찾아 손잡고, 우주여행하면서 눈물도 이별도 서러움도 없는 본향에서 행복하게 삽니다. 형님!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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