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키스탄으로 떠난 한신하 집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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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9.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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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해외선교 떠난 까닭은?
이런 현실에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난 이들이 있다. 지난달 AVS(Adventist Volunteer Services) 선교사로 출국한 한신하 집사 가족이다. 남편 최연국 씨는 심지어(?) 비신자다. 함께 교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아직 침례를 받지는 않았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지민 양도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운 좋게 구한” 에티하드항공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현지로 떠난 이들 가족은 지성배 목사가 일하는 파키스탄삼육대학에서 봉사한다.
출국에 앞서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만난 한 집사는 “7월에 이삿짐을 보냈다”며 “아무래도 가족과 친지들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찾아뵙고, 안심시켜드리느라 요며칠 바쁘게 지냈다. 은사님 등 그동안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귀띔했다. 병원에서 인증한 코로나19 음성 판정 검사결과가 있어야 해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현지에 도착하면 2주 정도 자체 자가격리를 할 생각이라며 “막상 출국이 가까워지니 이제야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최 씨와 한 집사는 2007년 대외무상 협력사업 전담기관인 코이카(KOICA)에서 처음 만났다. 해외봉사지로 떠나기 전, 5주 동안의 합숙기간 중 같은 그룹에서 활동하며 친해졌다. 탄자니아와 페루에서 각각 봉사한 후 결혼했다.
부부는 이번 파키스탄 봉사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기자가 깜짝 놀라 ‘대단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대책 없죠?”라며 가볍게 눙쳤다. 직업전문학교에서 자동차정비 교사로 근무하던 남편 최 씨는 자동차 분야 프로젝트를 맡아 관련 교육을 진행할 생각이다. 잠시 퇴사를 망설이기도 했지만, 마음을 굳혔다. 주변에서 오히려 ‘큰 결심을 했다. 좋은 일로 가는 거니까 건강하게 열심히 잘 하라’고 격려해 줘 더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한 집사는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부르심이자 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들이 파키스탄행을 결정한 건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이전인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그즈음부터 해외선교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지성배 목사님과 연락이 닿았죠. 지 목사님은 1000명선교사 선배라서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예요. 파키스탄삼육대에서 현지인 청년들을 위한 직업훈련교육 과정을 준비 중인데, 마침 (남편이)자동차정비 전문가니까 잘 맞을 거 같다고 해서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양해를 구하고 취소할 수도 있었을 터.
“해를 넘기면서 코로나19 감염증이 크게 확산했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포기해야하나’ ‘다음으로 미룰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망설였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곧 종식되겠지. 갈 수 있을 거야’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더라고요. 걱정하고 있는데, 5월 초에 갑자기 비자가 나왔어요. 그 뒤로는 마치 퍼즐이 맞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그곳으로 가라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부랴부랴 짐정리를 했죠.”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다. 다만, 비자 갱신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긴 해야 한다. 그러나 파키스탄에 어느 정도 체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오래 있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빨리 나올 수도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아이까지 데리고 가는 건 조심스럽지 않을까. 최 씨가 답했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그 부분에 대해 많이들 말씀하세요. 그래서 지민이에게도 분명하게 의사를 물어봤어요. 아이도 가고 싶다 해서 최종 결정을 내린 거예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충분하게 검토했습니다. 지민이가 어느 정도 컸으니까 더 늦기 전에 우리가 꿈꿔왔던 삶을 살아보기로 한 겁니다. 만약 혼자라면 부담이겠지만,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으니까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한 집사가 부연을 이어갔다.
“평소 누가 물으면 ‘제 꿈은 평생선교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하니까 막상 두려워지더라고요. 그 와중에 비자가 발급되는 걸 보면서 망치로 맞는 거 같았어요. 내가 다른 생각을 하거나 흔들리고 있을 때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걸 느꼈죠.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으로 인도하실 걸 믿습니다. 저보다 더 당찬 마음으로 준비하는 두 사람에게 정말 고마워요”
이번엔 열 살배기 지민이에게 물었다. 혹시 무섭지 않느냐고. 아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전혀 무섭지 않아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거니까요. 엄마아빠가 가신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가는 건 아니에요. 거기 있는 목사님이랑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재밌는 게 많을 거 같아서 제가 가고 싶다고 했어요. 파키스탄 친구들과 그림 그리기 하면서 뛰어놀고 싶어요”
■ “배움이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선의 영향력으로 확산하길”
현재 파키스탄삼육대는 정부의 휴교령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삼육학교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가 3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운영 중단 상태다. 게다가 교육환경이나 인프라도 매우 척박하다. 자동차 교육의 경우, 기존에 설비나 시설이 있던 게 아니어서 아예 처음부터 세팅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개인장비를 모두 다 이삿짐에 실어 보냈다.
최 씨는 “틈틈이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했지만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서 여건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혹시 한국인이 운영하는 관련 업체가 있으면 도움을 구하려 한다. 복잡한 자동차 관련 지식과 기술이다 보니 파키스탄 학생들에겐 다소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잘 배워 실력을 쌓고 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 집사는 과학교사로 봉사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제빵 기술을 가르칠 생각이다.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제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태릉교회의 여청년이 얼마 전까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어서 오븐과 자재가 준비돼 있다. 이 밖에 세계 최하위권 여성인권을 향상하기 위한 인식개선 활동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교실 등을 운영하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다만, 한두 명이라도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가르치는 게 가장 보람 있고, 좋은 일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았어요. 자신의 배움이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라죠”
그 과정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복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눈높이를 맞춘 선교로 그들과 친구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잠잠해질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성도들이 해외봉사에 더 많이 지원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언젠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구촌 이웃에게 손길을 펼 수 있으리란 마음에서다. 특히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서 봉사한다면 실효성과 전문성을 두루 제공할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파키스탄에도 많은 봉사자들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한신하 집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두 가지 부탁을 건넸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해외선교사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해 줄 것과 남편 최연국 씨가 이번 파키스탄 봉사를 계기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성도들이 함께 기도해달라는 당부였다. 이번엔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신, 새끼손가락을 내걸었다.
#파키스탄선교사 #한신하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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