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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막내 기수’ 59기 방민영 선교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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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2.08.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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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송 앞두고 전도회에 투입 ... 개인의 믿음 발견하고파
방민영 양은 “수동적 신앙이 아닌, 개인의 믿음을 발견하고 싶어 1000명선교사에 지원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훈련원 캠퍼스에서 자동차로는 불과 10분 거리지만, 걸어서는 40분이나 걸린다. 뜨거운 햇빛과 높은 습도에 아무리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도 셔츠는 금세 흠뻑 젖는다. 그래도 영혼을 찾아 나서는 길은 늘 새롭다. 약간의 긴장이 밀려오지만,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요즘 방문하는 지역은 발리떼. 교회가 없는 곳인데, 이번 1000명선교사운동 창립 30주년을 맞아 개척에 도전하고 있다. 마침 침례를 결심한 구도자가 있어 더욱 힘이 난다. 집집 대인 전도는 오후 3시부터다. 하필 하루 중 제일 무더운 시간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린다.

한 조를 이룬 필리핀 선교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음을 내딛는다. 때론 밀림처럼 우거진 수풀을 헤쳐 지나야 하고, 때론 발목까지 움푹 들어갈 만큼 진창 같은 길을 건너야 한다. 그래도 불평이나 기겁하지 않는다. 묵묵하고 씩씩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의 맨 끝자락 집에 다다랐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문 앞까지 나와 환히 웃으며 반긴다. 아저씨도 주섬주섬 겉옷을 차려입고 자리에 앉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라는 환영인사가 담겨 있다. 필리핀 선교사가 타갈로그어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나 웃음기 쏙 뺀 부부의 얼굴에서 진지함이 배어 나왔다. 진리를 탐구하는 마음에 구원의 빛이 깃들길 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이제는 한국인 선교사가 나설 시간이다. 59기 방민영(동해중앙교회) 선교사다. 대학 졸업 후 1000명선교사에 지원했다. 그동안에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수동적으로 신앙을 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믿음을 발견하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다. 지난 6월 26일 필리핀에 도착해 영어교육을 받으며, 30주년 기념 동시전도회에 투입됐다. 선교지에 배정되기 전, 선교지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좋다.

간호학 전공자답게 능숙한 손놀림으로 혈압과 혈당을 체크한다. 아저씨의 안색을 살피던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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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과 혈당 모두 수치가 너무 높아요. 지금 대단히 위험한 수준이에요. 당장 생활습관을 바꾸셔야 해요. 저와 약속하신 건 잘 지키고 계시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삼가야 합니다. 커피나 탄산음료를 드시고 싶을 때마다 신선한 물을 충분히 마시세요”

나름의 처방에 아저씨는 오히려 안도하는 듯했다. 그동안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이렇게 친절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인 선교사의 정성에 감사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2주 동안 술과 담배를 끊고, 카페인도 멀리했다고 한다. 다만, 다리가 불편해 걷기운동은 못하고 있다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 선교사는 “그래도 진짜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좀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돌아가는 길. 슬쩍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걷는 건 태어나 처음”이라며 쑥스레 미소를 짓는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 시대에는 제대로 된 신발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걸어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에 비하면 견딜만하다고 긍정한다.

“비록 여러모로 부족한 선교사지만, 만나는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구원의 약속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성령의 은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 늘 아쉬워요. 주민 대부분이 타갈로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 말이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단한 건강체크나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혹은 안부인사를 묻거나 위로하는 정도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 사이, 갑자기 동네꼬마들의 요란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먼 발치에서 선교사를 보고는 한달음에 달려와 와락 안긴다. 며칠 전 시작한 성경학교에 출석하는 아이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친한 관계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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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교회도 없다. 마을 공터에 얼기설기 천막을 엮고, 대나무 기둥을 세워 플라스틱 의자를 갖다 놓은 곳이 집회소다. 그래도 열기는 어느 곳 못잖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음악에 천진난만 개구쟁이부터 마을에서 제일 키가 큰 왕언니까지 하나둘 모여들었다. 손놀이와 율동에 폴짝폴짝 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동네잔치다. 그 안에 방민영 선교사가 있다. 코흘리개 꼬마들과 스스럼없이 뒤섞여 찬양하고, 기도하고, 한껏 사랑을 베푼다. 욕심만큼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던 그는 이미 많은 것을 그렇게 주고 있었다.

문득 ‘한국의 비슷한 또래 청년들은 이 시간에도 취업이다 스펙이다 정신없이 자기 계발과 투자에 뛰어드는데, 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선교봉사로 떼어놓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무엇이 이 시기에 자신을 여기로 이끌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버지(방한규 목사 / 동해 인애원교회 담임)를 떠올렸다. 그 역시 1000명선교사 2기 출신이다.

“아빠는 종종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과거 선교사 경험과 기억을 갖고 이겨낸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죠.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1000명선교사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 가라고 권유하셨는데, 돌이켜 보면 하나님께서 아빠를 통해 저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하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시간을 지나며 저의 신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방민영 선교사를 비롯한 59기 선교사들은 오는 9월 말쯤 각자의 선교지로 파송될 예정이다. 중국, 몽골,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125명의 청년이 지원해 소정의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아직 어디로 배정될지 몰라 궁금하기도 하고,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어디로 가든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각오다.

News_11350_file4.png인터뷰를 마치며 혹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할 인사가 있는지 물었다.

“엄마, 아빠!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동료 선교사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현지인들도 무척 좋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교지에 가면 건강에 특히 관심이 많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위생이나 생활습관 개선과 관련한 교육을 하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생각이에요.

여기 사람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이라도 하고 싶어 얼마 전부터는 틈틈이 타갈로그어를 배우고 있어요. 아직 많은 경험을 해보진 못했지만, 작더라도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그러나 저의 힘이나 지식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에 따르겠습니다. 저와 59기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1000명선교사운동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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