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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양의 다카에서 온 편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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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통신원 통신원 hehe415@hanmail.net 입력 2010.03.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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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불만족’ ... 아동노동의 현실과 시민사회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아동노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한 배움 이전에,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먼저 경험하고 있다. 사진기자 이희옥
올해 12살 된 제시카(가명)는 한 가정의 가사도우미로 2년째 일하고 있다. 벌써 이 가정에서 일한 지 2년이 넘었다.

제시카보다 한 살 어린 주인 딸이 학교에 가고, 주인 내외가 일터로 가면, 두 살이 된 주인집 막내 아들을 돌보는 일은 제시카의 몫이 된다. 한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학교는 제시카의 유일한 관찰대상이다.

오늘도 제시카는 주인집 막내 아들을 안고 베란다에 서서 학교에 가는 주인 딸을 배웅한다. 창문을 통해 학교를 바라보는 제시카의 눈빛을 볼 때면 왠지 속이 울렁거린다.

이미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아동노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한 배움 이전에,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먼저 경험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전세계적으로 약 1억5,000만 명의 아동노동자들(5-14세)이 있으며 방글라데시에는 약 6,3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노동현장에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경우 아동의 가사노동은 아동노동의 광범위한 부분 중 한 분야로, 약 40만 명의 어린이들이(7-14세)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UNICEF 2006)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아동들은 주로, 빨래, 청소, 아이 돌보기 등 집안일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아동들이 24시간 가정에 머물면서 1년에 한 두 차례의 휴가를 받아 고향을 방문하며, 월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있다.

특별히 가사노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방어능력이 약한 아동들이 외부와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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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10대 소녀가 옥상에서 죽은 채 발견된 기사가 읽었다. 도주하기 위해 뛰어내리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던 소녀의 손에는 소녀의 짐으로 짐작되는 가방이 쥐여 있었다. 이 가여운 소녀를 죽음으로 내몰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동센터의 거리아동들과 함께하다 보면 일을 하는 100%의 아동들이 일에 지쳐있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상처 난 손과 발에서, 거칠어진 언어에서... 그러나 아이들이 센터에서 친구들과 공부하고 놀 때면 지친 얼굴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영락없이 배우고 꿈꾸는 학생이다. 있어야 할 자리, 손에 쥐어져야 할 것들 - 어린이들이 더 잘 하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이 지구사회가 참혹한 아동노동 현실을 관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스웨덴, 덴마크, 필란드 세이브더칠드런의 공동주관으로 전국 가사아동노동자 컨벤션이 있었다.

가사노동 아동을 위한 법을 제정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를 촉구하는 권고사항을 만듦으로 대회는 마쳐졌지만, 이로 인해 가사 아동노동자들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창문을 통해 배움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제시카는 주인집 내외의 배려로 지난달부터 토요일마다 학생 반에 참석하여 또래 아이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성경공부도 하고 있다.

월로우크릭교회의 빌하이벨스 목사는 ‘거룩한 불만족(holy Discontent)’이란 책에서 “비전이란 내가 경험한 불만족을 통해 오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불만족이지만, 누군 가에게는 그것이 거룩한 불만족이 되어, 그냥 잠자코 있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불만족들, 어떤 이는 장애인들을 위해, 어떤 이는 노약자를 위해, 어떤 이는 어린이들을 위한 ‘거룩한 불만족’이 되어 그들의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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