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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를 줘도 성경만큼은 안된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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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03.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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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이화양 할머니의 ‘보물 이야기’
이화양 할머니의 가방에는 종이테이프로 몇 번이나 칭칭 감아 놓았을 정도로 헤지고 볼품없는 성경이 한 권 들어 있다. 1936년 발행된 이 성경에는 지금도 일제시대 때 붙여 놓았다는 일곱교회 도표가 붙어있다. 사진기자 김범태
지난 1999년 목숨을 건 탈북에 성공한 이화양 할머니(가명, 79세). 할머니의 가방에는 종이테이프로 몇 번이나 칭칭 감아 놓았을 정도로 헤지고 볼품없는 성경이 한 권 들어 있다. 할머니는 유독 이 성경을 애지중지했다. 할머니는 “이 성경이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보물”이라며 흐뭇해했다.

1936년 발행된 이 성경은 당시 불신자였던 할머니가 이화여대 재학 시절 한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 지금은 이름마저 희미해진 그 친구는 바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목회자의 딸이었다.

복음을 받아들인 이후, 특히 남북이 분단되고, 북한이 공산치하에 들어가자 이 성경을 지키기 위한 할머니와 가족들의 처절한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듣는 이조차 간담을 서늘케 하는 일화 한 토막.

1975년의 일이었다. 남편 김충만(가명, 사망) 씨가 종교인이란 이유로 공개 총살당한 후였다.  그의 사진이 당시 온성네거리에 걸렸을 정도다. 당은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처형할 수 없으니, 김 씨를 간첩으로 내몰아 처형했다. 이후 막내아들마저 반동의 자식이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갔다.

당으로부터 반동 집안으로 낙인찍힌 이 할머니의 집에서 더 이상 성경을 안전하게 보관할 곳은 없었다. 항상 성경을 감추는 곳은 부엌의 찬장 뒤였다. 부엌에서 성경을 보다가는 바닥에 묻어두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그날따라 성경을 다른 곳에 두고 싶다는 생각에 이 할머니의 차남 정환 씨는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막내 여동생의 책가방에 성경을 넣어 두었다. 그런데 이날 새벽녘 느닷없이 내무서원들이 들이닥쳤다. 가택조사를 나온 것이었다. 이들은 들어오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 주변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이미 성경의 위치를 알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내무서원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성경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동생의 책가방은 곁에 둔 채. 실로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이 때부터 이 할머니의 성경은 전신주 아래로 숨겨졌다.<다음호 계속>  

*일부 ‘영원한 복음(http://www.egw.org)’ 중 ‘안식일 이야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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