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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D-1] 총회 하루 전, ‘吮疽之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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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5.12.0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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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적 사랑 아닌, 고름까지 빨아주는 어진 지도자를 고대하며
한국연합회 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기관 총회와 5개 합회 총회도 이어진다.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다. 부디 목적달성을 위한 가면적 사랑이 아닌, 백성의 고름까지 빨아줄 만큼 극진하고 어진 사랑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고대한다. 사진은 34회 총회 투표용지.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고서인 <사기>(史記)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전국시대, 위나라 장수 ‘오기’(吳起)가 자기 부하의 몸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서 고쳤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 말은 남의 몸에 난 고름을 빨아 고쳐줄 만큼 어진 행동을 일컫는다.

종기를 빨려면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한다. 스스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기 입과 몸이 더러워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장수 ‘오기’는 고름을 칼로 도려내지 않고, 자신의 입으로 걷어냈다.


백성의 시름이 들려온다. 교회 곳곳에 고름이 찼다. 무릎을 꿇어 종기를 빨아내야 한다. 무릎을 꿇는 정신은 섬김이다. 미천한 사졸이라도 극진하게 사랑하는 장수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상처를 헤아려야 한다.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관심이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한 관심이 있어야 낮은 자의 신음도 들리고, 곪은 곳도 발견할 수 있다.

지도자는 사람으로부터 세움을 받으려는 이가 아닌, 하나님께서 세우신 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부가 ‘권력기관’이 아닌, 오히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백성을 섬기는 곳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권위주의’로 인해,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아파하는 교회에 이제 다시 섬김이 필요하다. 섬김은 굴복이 아니다.  


고름을 빨아내려면 스스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겸손이다. 겸손은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억지춘향’은 대번에 표시가 난다. 사람을 대하거나, 교회를 방문하거나, 집회에 참석하거나, 회의를 주재하거나 어떤 경우든 겸손은 재림교회 지도자의 덕목이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힘의 근원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오며, 그분께 속해 있음을 한 순간도 잊어선 안 된다.

지도자는 하나님의 거룩한 사람이어야 한다. 항상 영에 속한 신령한 사람이어야 한다. 백성에게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낮은 마음으로 오직 하나님과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미소 짓고, 먼저 사랑하고, 먼저 친절을 베푸는 작은 행동 하나에서 백성은 감동을 얻는다. 그 첫 걸음은 겸손에서 시작한다. 겸손도 능력이다. 예수님의 삶이 그걸 증명한다.  


참된 지도자는 자기 몸이 더러워질 것을 각오한다. 희생이다. 희생은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다. 어떤 사안을 결정하더라도, 이것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누구를 향한 제안인지, 누구에게 이로울 것인지를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희생은 사심을 배제할 때 발휘된다. 자기 권리를 포기할 때 과감히 실천할 수 있다. 때때로 남다른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용기를 가능케 하는 건 소명이다. 부르심과 세우심에 대한 소명, 그릇됨을 단호히 거절하고 옳은 것을 굳게 잡겠다는 신념. 그것이 희생의 전제다.

염증을 빠는 행위는 장수에게 봉사다. 굳이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우리는 자기 휘하의 백성을 위해 기꺼이 팔을 걷은 장수처럼, 소신껏 봉사하는 지도자를 그린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키기 위해, 백성을 위해 땀과 눈물, 피를 쏟았던 순교자의 심정으로 봉사할 지도자를 그린다. 시대와 사회 그리고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여 거룩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교회의 사명을 그린다.

그러기 위해선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인내도 필요하다. 백성들은 일선의 사정을 헤아리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닐 지도자를 바란다.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 조건이다. 침체에 빠진 선교와 무기력한 교회의 부흥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로 일할 수 있는 주의 종을 기대한다. 헌신의 강요가 아닌, 모본을 보고 싶어한다.  


종기를 걷어내기 위해 칼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장수는 가장 깨끗해야 할 자기 입을 가장 더러운 곳에 갖다 댔다. 겸허한 포용이다. 건전한 비평과 제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결과와 진단을 수용하는 성숙함이 포용의 기본이다. 그래야 멀리 볼 수 있는 선견자의 안목과 큰 그림을 그리는 혜안을 지닐 수 있다.

포용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면 소통이 된다. 소통이 되면 거리감이 좁혀지고, 투명해진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오해와 불신도 줄일 수 있다. 백성에게 의견을 묻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상하, 좌우, 안팎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때 이제껏 보지 못한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지혜도 나올 수 있다.  


지도자가 먼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자기 입과 몸이 더러워질 것을 각오하면 상처는 치유될 것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포용하면 백성의 시름과 교회의 고름은 걷힐 수 있다. 회복이다.

십자가에서 인간의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회복의 역사를 일으키신 예수님을 따라 한반도에서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자아를 감추고, 고름을 빨아내는 감동을 본다면 백성의 마음은 저절로 움직일 것이다. 종기를 걷어내는 희생의 덕을 세운다면 교회는 신원될 것이다. 성도들은 주님의 교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헌신으로 보답할 것이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교회가 세워지도록 역량을 결집하고, 연합을 도모할 것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이란 말은 그러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하는 위선적인 행동을 가리키기도 한다. 남에게 신용을 얻기 위해 험하거나 추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정성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제 내일(7일, 월)이면 한국연합회 총회가 시작한다. 곧 각급 기관들의 총회가 이어진다. 해가 바뀌면 5개 합회 총회도 문을 연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한국 재림교회는 잇따른 대형 행사로 들썩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다. 부디 목적달성을 위한 가면적 사랑이 아닌, 백성의 고름까지 빨아줄 만큼 극진하고 어진 사랑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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