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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목사, 구슬땀 걷어내며 달걀을 손에 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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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6.06.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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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의 ‘희망을 낳는’ 달걀 이야기
김영수 목사는 전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가 현장에서 ‘달걀 판촉’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으레 저렴한 상품으로 손이 먼저 가게 마련인 달걀쯤이야 크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차이가 있어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하고 설명을 귀 담아 듣지 않았다. 다만 내가 산 달걀이 복음사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하니 큰 기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그날 저녁 반찬은 달걀프라이였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쫀득한 식감에 깜짝 놀랐다. 가족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거짓말 하지 않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놓아기르던 닭의 고소한 달걀 맛 그대로였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달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내도 맛있다며 자꾸 손을 댔다. 아들 녀석도 더 먹고 싶다며 연신 젓가락질을 했다. 그날 우리 가족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양의 달걀요리를 해 먹었다.    

안산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센터장 김영수)가 판매하는 유기농 달걀을 맛본 기자의 가족 이야기다. 이 센터는 얼마 전부터 운영비 마련을 위해 달걀을 판매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식품전문업체에 납품하던 제품을 좋은 조건으로 공급받고 있다. 가격도 시중 마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싱싱하고 건강한 달걀을 싼 값에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 들어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센터의 운영자금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센터에는 지난해만 약 7억5000만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운영 주체인 북아태지회가 지원하는 전입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서 근린생활시설 지정도 받지 못해 정부 지원금도 요원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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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CMS를 통한 정기후원계좌를 개설했지만, 그나마도 오래 가지 못하고 관심이 시들해졌다. 최근에는 세월호 침몰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겹치며 도움을 주던 기업들의 후원마저 뚝 끊겼다. 매달 적게는 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씩 적자가 쌓였다. 결국 김영수 목사 개인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사비로 급한 자금을 메꿔야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세 한계에 다다랐다.

마침 재림교인 농장주를 통해 달걀 유통망을 뚫게 됐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알음알음 판로를 확보했다. 크고 작은 행사에는 김 목사가 직접 찾아가 현장에서 ‘판촉’을 했다. 후원도 끊긴 상황에서 운영비를 거의 다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센터의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에 1500판의 달걀을 판매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여건상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넘어 전국 각지로 판매처를 넓혀야 했다. 그러다보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실제로 기자와 만난 이튿날 김영수 목사는 휴일임에도 달걀 500개를 싣고 경남 통영으로 향했다. 올라오는 길에 울산과 포항, 대구와 경산을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이 모든 일정을 이틀 안에 마쳐야 한다. 남편이 달걀을 팔러 출장길에 오르면 아내가 충남 공주의 농장으로 향한다. 그래야 예정에 맞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충청합회에서 은퇴한 황의선 목사와 부목 윤선철 목사가 틈틈이 일손을 거들면서 넉넉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배달도 그의 몫이다. 대개 지역교회에서 판매를 도와주기 때문에 사택이나 교회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약속한 목회자가 방문을 갔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 일정이 틀어지는 곤란한 상황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때때로 사택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나 다세대주택이면 혼자 달걀을 나르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수백 판의 달걀을 옮기다보면 숨이 턱밑까지 차고 힘이 빠져 땅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김 목사의 입에선 감사하다는 고백이 흘러나온다.

“어떤 때는 너무 힘이 들어 안식일 설교할 때 입이 안 벌어지는 일도 있었어요. 늘 잠이 모자라니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쪽잠을 청해야하기도 하고. 그렇게 파김치가 되기 일쑤여도 감사한 건 이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한 전국의 교회와 성도들이 기꺼이 도와주신다는 거죠. 복음 안에 형제된 우리 교회니까 이렇게 팔아주지, 안 그러면 누가 도와주겠어요? 그래서 나는 비록 몸은 고되어도 행복하고 감사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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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에겐 힘에 부친 노동보다 더 큰 고뇌가 있다. 전국의 각 교회와 기관에 달걀을 팔아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일이다. 사정을 전하다보면 흔쾌히 그러마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몰차게 거절하는 이도 적잖다. 그럴 때마다 ‘남모를 사정이 있으려니...’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상처가 남는다.

“제 입장에서는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하는 목회자들이 모두 후배인데, 얼마나 미안하겠어요? 안 그래도 목회활동으로 바쁜데, 달걀까지 팔아달라고 하니 귀찮기도 하고 부담도 되겠죠. 그렇다고 이윤을 남겨 교회가 갖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점을 떠올리면 매일 빚지고, 죄짓는 심정입니다.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도 도와주시려고 애쓰는 분들을 보면 무척 고맙고, 그래서 더 미안해집니다”  

무엇보다 선의의 의도로 시작한 판매지만, 혹여 누군가에게 신앙의 시험이 되거나 양심을 거스르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때문에 그는 이 사업이 단순한 수익성 장사가 아니라, 다양한 상황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복음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족과 외국인들을 위한 나눔으로 이해해 주길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눈에는 달걀을 사 가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센터의 후원자로 보인다.  

하루에도 몇 번씩 피하고 싶은 멍에지만, 그가 쏟아지는 구슬땀을 걷어내며 다시 무거운 달걀을 손에 드는 까닭은 오늘도 센터의 도움을 기다리며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들과의 약속 때문이다. 지극히 낮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것이다. 김영수 목사 부부의 1톤 트럭에는 소외된 이웃의 행복을 가꾸는 달걀이 오늘도 가득 실린다. 주문 및 문의 ☎ 070-7701-3636.  

■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802-417246 / 농협 301-0141-1842-61
(예금주: 사단법인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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