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한 조수경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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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에도 성령님과 천사들이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얼마 전, 시조사가 개최한 ‘제3회 SIGNS AWARDS’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시각장애인 조수경 집사(본부교회)의 소감이다. 그 어떤 말보다 무겁고 의미 있는 메시지였다.
조수경 집사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삼육초등학교에 다녔지만, 중학교는 집과 멀다는 이유로 일반 학교에 다녔다. 서서히 교회와 멀어지다가 결혼 후 아예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으로 인한 시련이 너무 커지니 교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남편도 변하기를 바라며 같이 교회에 다닌 적도 있으나 결국 가정은 깨졌다.
홀로 두 딸을 키워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 설상가상으로 40대 후반의 나이에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청력마저 문제가 생겨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토록 막막한 어둠의 시간, 어둠의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하나님, 다른 것은 못 봐도 되니 이 성경책을 한 번만 읽게 도와주세요” 손으로 성경책을 한 장 한 장 일일이 넘기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차녀 최숙종 집사는 그토록 성경을 읽고 싶어하는 엄마를 위해 인터넷으로 점자를 배웠다. 조 집사는 놀라운 속도로 습득했다. 그의 간절함을 보신 하나님께서 도우신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엄마가 교회에 가고 싶어 하자 언니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교회에 가기 시작했다. 격주에 한 번만 가겠다는 조건을 내걸 긴 했지만.
그런데 온종일 집에 혼자 있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두 딸은 격주가 아닌 매주 안식일에 교회에 가기로 했다. 저녁예배뿐 아니라 새벽기도도 참석했다. 1시간 거리에 있는 교회에 가기 위해서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했지만 엄마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두 딸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교회로 이어졌다.
최숙종 집사는 “소파 위에 가방이 올라가 있는 날은 교회에 가는 날이었다. 엄마를 모셔다 드리기 위해서 교회에 가긴 했지만, 다닐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설교 말씀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믿게 됐다. 지금은 엄마와 할 말이 너무 많다. 밤을 새도 부족할 정도로 셋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라고 간증한다.
큰딸인 최숙경 집사는 “가정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 사춘기를 겪어 정말 많이 방황했다. 엄마는 나를 ‘마귀’라고 부를 정도였다. 동생과 함께 엄마를 모시고 교회에 가긴 했지만, 주차장이나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엄마가 본부교회로 옮긴 후, 이상하게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왠지 모르지만 본부교회가 좋았다. 의자도 넓어서 내가 앉아 있기에도 불편함을 못 느꼈다”며 그의 마음이 열린 것이 본인도 신기하다고 돌아봤다.
올해 초 동생과 함께 집사 안수도 받고 안식일학교 반장을 맡아서 가까운 교회로 옮기자고 말도 못 꺼내게 됐다며 환하게 웃는 그는 “교회에 오고 가는 동안 말씀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억절도 외우고 있다. 인터넷으로도 설교를 많이 듣는데 엄마가 특별히 자주 듣는 목사님들의 설교를 직접 들으러 가는 것이 우리 목표가 됐다”라고 전한다.
조수경 집사는 “두 딸과 함께 교회에 다니니 너~무 행복하다. 작은딸이 점자를 가르쳐 준 덕에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됐고, 큰딸은 점역이 돼 있지 않은 책을 내가 읽을 수 있게 작업해 주고 있다”며 가진 게 천주교점자성경밖에 없어서 재림교회에서 점자성경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성경을 열아홉 번이나 읽었단다.
이렇게 행복해하실 줄 알았으면 진작에 모시고 다닐 걸 그랬다는 최숙경 집사는 “교회에 다니기만 했을 뿐인데 우리 집이 이렇게 행복해질 줄 몰랐다. 내가 회사 대표인데 나는 금요일도 오전에 업무를 모두 마무리한다. 사람들에게도 교회에 다니려면 ‘재림교회’에 다니라는 말을 하게 된다. 평소에도 교회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저 교회에 간 것밖에 없는데 삶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다”라고 고백한다.
그뿐 아니다. 엄마를 위해 점역 작업을 하다 보니 자신도 그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데, 본인도 모르게 울컥할 때가 많다.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이런 행복이 어디에 있을까’ 싶어 시각장애인이 재림교회에서 나온 좋은 서적들을 읽을 수 있게 점역 작업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바람도 갖게 됐다.
조수경 집사는 절망 가운데에서 써내려간 글을 두 딸이 책으로 엮어줬다며 그의 에세이집 <별을 접어 보니, 그대 영혼 반짝이리>를 기자에게 수줍게 건넸다. 어렸을 때 뜨거운 화롯불에 손을 넣고 휘저었다가 오른쪽 손가락 끝이 뭉툭해졌는데 그 손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그 안에 점점이 박힌 수많은 글자야말로 ‘반짝’이는 글로 감동을 줄 것 같았다.
인공와우 수술로 청력을 80% 정도 회복한 그는 점자정보단말기(시각장애인들이 전자 점자와 음성을 통해 문서의 출력과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휴대용 정보통신 기기)로 성경책과 엘렌 화잇 여사의 <자서전>, <각 시대의 대쟁투>를 모두 읽었을 정도로 말씀만 붙들고 시간을 보낸다.
새벽에는 일어나자마자 맑은 정신으로 성경을 읽고 낮에는 일반 서적을 읽는다는 그는 “15년을 그렇게 살았더니 성령께서 내 마음에 들어와주셨다”라고 말하며 대쟁투 총서를 모두 읽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점자도서관에서 최다 독서왕으로 상을 받았는데, 시조사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 꿈만 같다. 내 인생에 이런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는 말에서 조 집사의 가정에 예수님께서 세상 그 어떤 가장보다 든든한 가장이 되어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풀무불 속에서 예수님께서 다니엘의 세친구와 함께 계셨던 것처럼, 세 모녀의 가정에 함께 계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분량상 다 전하지 못하는 조 집사 가정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는 부족한 가운데 하나님을 더욱 찾고,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선물로 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행복’임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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