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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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귀
성경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성경 공부
펠릭스 H. 코르테스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왜 십자가가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는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반복해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는데 말이다(마 16:21; 17:22~23; 20:17~19). 그렇게 명확한 경고를 제자들은 어떻게 놓칠 수 있었을까? 그들의 귀가 막혀 있었던 것일까?
제자들은 예수님이 죽는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 생각을 무시한 것이다(마 16:22~23; 막 8:32~33). 그들은 메시아의 고난 곧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지만 상처를 입고(창 3:15) “끊어져 없어질 것이며”(단 9:26) “우리의 범죄들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우리의 불법들로 인해 상”할 것(사 53:5, 킹흠정)이라는 예언은 간과하거나 잊어버리고 예수님이 지상의 왕이 되기를 바랐다. 이 구절들은 메시아에 대해 제자들이 늘 품었던 믿음에 반하는 것이었고 어쩌면 더 중요하게는 예수님이 로마인들을 정복하여 지상의 왕국을 세우실 것이라는 그들의 강한 열망에도 어긋났다. 그들에게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들을 귀”가 없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성경을 통해 하시는 말씀을 ‘듣는 귀’는 어떻게 지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성경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법으로 성경을 공부할 수 있을까? 기도로 성령의 안내를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 성경을 신실하게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쉽고 실제적인 단계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1
기도하며 성령의 지도를 구하라
첫째 단계는 올바른 태도로 성경에 접근하는 것이다. 곧 하나님께 우리를 인도하셔서 우리 자신의 성향과 욕구 너머를 볼 수 있도록 구하는 것이다. 성령께 모든 진리로 인도해 주시기를 구하라(요 16:13). 다시 말해 하나님께 그대 자신의 욕망과 잘못된 생각은 없애 주시고 들을 귀를 달라고 구하라.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나타나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눅 24:27)하셨다. 실망에 짓눌려 답을 찾던 그 제자들은 그제야 성경이 예수님에 관해 말했던 것들을 듣는 귀를 갖게 되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려는 마음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자신의 신념과 갈망에 대립하는 구절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성경”을 기꺼이 들으려는 마음이다. 엘렌 화잇은 이렇게 기록했다. “만약 예수께서 오늘날 우리와 함께 계신다면 오래전 자신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듯이 ‘내가 아직도 너희에게 이를 것이 많으나 지금은 너희가 감당하지 못하리라’(요 16:12)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오묘하고도 생생한 진리를 가르쳐 주고자 하셨으나 그들의 세속적인 사상과 흐리고 부족한 이해력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했다. 제자들은 위대하고 영광스러우며 엄숙한 진리를 깨닫는 복을 얻지 못했다. 영적 성장의 결핍은 그리스도에게서 발산되는 풍성한 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차단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빛이 필요 없는 경지에 결코 이를 수 없다.”2
종종 잘못된 성경 해석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살후 2:10, 12; 딤후 4:1~4). 그러므로 하나님께 그분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 달라고 기도하라.
본문을 분석하라
하나의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문장뿐 아니라 앞뒤의 다른 문장에 비추어 각 본문을 읽는 노력 등 일련의 작업이 필요하다.
성경에서 의미의 기본 단위인 한 문단을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때때로 성경은 행간의 여백이나 문장 첫머리의 들여쓰기로 문단들을 구분해 준다. 그러나 성경의 장(章)은 문단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다음 문단을 다음의 네 단계로 분석하라.
첫째, 문단의 주요 사상을 찾아내라. 저자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둘째, 저자는 그 생각을 어떻게 발전시키는지 살피라. 문단의 논리적 구조와 주장의 형태는 무엇인가?
셋째, 본문의 의미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역사적·문화적 요소들이 있는지 확인하라. 저자와 독자 그리고 역사적 상황을 더 잘 이해하면 성경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넷째, 문장에서 중심 단어들이 무엇인지 주목하라. 더 잘 이해해야 할 단어들이 있는가?
그러고 나서 같은 문단을 (가능하다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역본으로 읽어 보라.3
문학적 구조를 탐색하라
본문이 속한 책의 기별과 성경의 전반적인 기별을 전달하는 데 해당 구절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이해하려면 선택한 문단이 포함된 성경의 문학적 구조를 알고 있어야 한다. 문단의 기별이 책의 기별과 잘 맞지 않는 듯이 보인다면 문단을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한 것이다.
한 문단은 성경의 다른 조각들과 함께 연결된 조각 퍼즐의 한 조각과 같다. 제자들의 문제는 예언이 예수님에 관하여 말한 모든 것(눅 24:25)을 믿지 못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한 바울의 교훈을 이해하고 싶다면 교회 안에서 여인들에 관해 언급한 다른 성경 구절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러면 곧 바울의 지침이 예배 중의 질서에 관계될 뿐 여자들이 교회에서 아예 말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고전 14:34~35; 14:33, 40; 눅 2:36; 행 21:9).
스터디 성경과 성경 주석은 성경 각 책의 도입부에 문학적 구조와 역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런 머리말에는 그 책의 메시지와 그 메시지의 구조가 설명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런 주석과 언급에는 그 설명을 진술한 이의의 가정(假定)이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하라. 그가 성경을 귀히 여기는 사람 즉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된 말씀(딤후 3:16)이라고 믿는 사람인지 확인하라. 그리고 항상 성경이 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라. 사람이 쓴 글들은 성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절대로 성경의 가르침을 판단하거나 대체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문학적 유형(장르)을 고려하라
다음으로 발췌한 구절과 그것이 들어 있는 성경이 어떤 종류(장르)의 글인지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서사적 이야기인지, 시인지 아니면 다른 유형의 글인지 깊이 고려하라(지혜 문학, 예언서 혹은 편지서 등). 구절의 이해와 관련해 이것은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창세기 1장 혹은 사무엘상·하 같은)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건들을 기술한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에서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는 정확하게 말해 주지 않는다. 아브라함, 야곱, 다윗은 아내를 여러 명 두었다. 그러나 성경은 일부다처를 승인하지 않는다. 단지 그런 이야기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단순 정확하게 기술할 뿐이다. 그 책들이 진술하고 있는 행동의 결과들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이상(理想)에 관하여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는 성경의 다른 진술(창 2:24)을 찾고 그 교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성경의 서신(편지)은 구체적인 교훈을 제공하는데 그것은 특별히 최초의 수신인을 위해 쓴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참고). 예를 들어 바울이 디모데를 에베소에 목회자로 남겨 두었을 때(딤전 1:3) 나이 60이 되지 않은 과부들은 교회의 도움에서 제외하도록 가르쳤고, 그런 미망인들은 결혼하여 자녀를 낳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표현했다(딤전 5:9~16). 그러나 고린도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독신들과 과부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결혼하지 말라고 제안했다(고전 7:1~9). 바울은 스스로 모순된 것이 아니다. 그는 에베소와 고린도라는 서로 다른 역사적·문화적 환경에 속한 이들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적인 문구들은 우리의 마음에 메시지를 인상 깊이 심어 주기 위해 비유나 은유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시를 문자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이 악인들을 멸할 영원한 혹은 꺼지지 않는 불에 관해 말씀하셨을 때 그것은 이사야 34장 9~15절의 시적 언어를 참조한 것이다. 그 구절은 모든 것을 영원히 소멸시킨 영원한 불로서 에돔의 멸망에 관해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동물과 새들이 그 땅에 살 것이라고 진술했으므로 그 불이 영원히 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탐색하라
본문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해당 구절과 관련된 문화적 가치, 관습, 상징, 관행들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척을 제외한 다른 어떤 시체도 만지지 못하도록 제사장들을 금하고 있는 문화적·법적 제재를 놓친다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레 21:1~4). 유사한 예로 그 시대의 문화적·법적 관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룻의 행동(룻 3:6~15)이나 머리에 쓰는 것에 관한 바울의 가르침(고전 11:2~16)을 오해하게 될 것이다.
좋은 성경 사전이나 주석을 통해 해당 구절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관해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구절에 관련된 역사와 문화에 관해서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것에 항상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라.
첫째 인간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성경 구절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에 나오는 교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바울의 서신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루살렘 총회(행 15장)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갈라디아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예레미야의 예언과 별개로는 다니엘 8~9장을 적절하게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말라기는 느헤미야의 삶과 사역이라는 맥락에서 읽을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구원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성경 구절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다루시는 방식을 일맥상통하게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경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엘렌 화잇이 쓴 다섯 권짜리 대쟁투 총서 시리즈(『부조와 선지자』 『선지자와 왕』 『시대의 소망』 『사도행적』 『각 시대의 대쟁투』)는 성경 이야기에 관한 훌륭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
본문에 있는 주요 단어의 의미를 탐구하라
성경 용어 색인 사전(concordance)이나 디지털 성경을 사용하면 본문의 중요한 단어를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다. 성경 용어 색인 사전에는 한 단어의 각 용례가 성경 저자별 혹은 성경 전체로 목록화 되어 있다.
한 구절에 사용된 주요 단어가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게 되면 성경의 개념, 인물 또는 주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목자’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예수님이 자신을 “선한 목자”(요 10:11)라고 불렀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은 예수님이 학대받고 흩어진 당신의 양을 구하러 오시는 여호와임을 간접적으로 주장하신 것이다(시 23편; 80:1; 렘 23장; 겔 34장).
또 둘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듯이 특정 용어에 대해서 다른 언어에는 그에 딱 맞는 용어가 없다. 예를 들어 그리스어 텔레이오스(teleios)는 ‘완벽한’이라는 의미지만 동시에 ‘성숙한’ ‘성장한’ ‘입문한’이라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신약 성경에서 ‘완벽함’이란 영어에서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것이 아니다. 좋은 주석은 이런 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성경 원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성경 원어 참고 서비스를 해 주는 무료 웹사이트도 있다.5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읽으라
하나님께서는 함께 모여 성경을 읽고 서로 격려하라고 가르치신다(히 3:13; 10:25; 살전 5:27; 딤전 4:13).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읽는 것은 중요한데 그렇게 함으로 편견이 들어 있는 자신의 가정과 맹점을 깨닫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경을 함께 읽고 그 본문을 깊이 들여다볼 때 우리는 더 풍부하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서로를 도울 수 있다.6
배운 것을 실천하라
마지막으로 성경을 이해하는 데 순종은 중요한 단계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자 하면 진리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요 7:17).
이것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 있던 제자들의 경우였다. 예수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것을 원한다면서 그들이 예수님께 자신들의 집에 머물도록 간청했을 때 “그들의 눈이 열리”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눅 24:31). 반면에 성경은 마지막 때 속임을 당하게 될 사람들의 결정적인 결함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사랑의 부족이라고 설명한다(살후 2:9~12).
기만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무지가 아니라 기꺼이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의 부족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을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사람들에 견주어 말씀하셨다.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 때 그 집은 견고히 섰다.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예수님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으로 비유하셨다. 거짓 교리와 가르침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그의 집은 무너졌다(마 7:24~27).
게다가 바울은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을 많이 두고 또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리라”고 경고한다(딤후 4:3~4).
배운 것을 더 많이 실천하면 더 잘 깨닫고 하나님의 사랑에 다가가게 될 것이다. 사랑이 커지면 이해의 폭과 깊이는 더 커지고 더 깊어진다. 말씀의 진리를 경험하게 될 때 하나님의 말씀은 참되고 그분의 약속이 틀림없다는 확신은 훨씬 더 커진다. 하나님 말씀의 선하심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잠잠히 있고 싶지 않을 것이며 사실상 잠잠히 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엠마오로 가던 그 제자들처럼 말이다.
1 이 원칙들은 역사적-문법적 방식을 기술하고 있다. 다음을 참고할 것. “Methods of Bible Study,” in Biblical Hermeneutics: An Adventist Approach, ed. Frank M. Hasel. Biblical Research Institute Studies in Hermeneutics, vol. 3 (Silver Spring, MD: Biblical Research Institute/Review and Herald Academic, 2020), 463~473
2 엘렌 G. 화잇, 『가려 뽑은 기별 1권』, 403
3 다음 웹사이트에서 다른 역본을 볼 수 있다. www.biblegateway.com.
4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biblegateway.org
5 www.biblehub.com과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로 된 성경 원어를 검색하고 해당 단어가 성경의 다른 곳 어디에 나오는지 알 수 있다.
6 성경의 어려운 구절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보려면 재림교회 성경연구소 웹사이트를 참고할 것. www.adventistbiblicalresearch.org
펠릭스 H. 코르테스 앤드루스 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신약학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