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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마지막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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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호 2024년 12월호 행동하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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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 의심 그리고 기적적인 치유

믿음의 마지막 단계

침례, 의심 그리고 기적적인 치유


교회 자동 응답기의 깜빡이는 불빛이 나를 방 한쪽 끝으로 이끌었다. 병원 목사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재림교회 출신인 어느 연로한 여성이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이름은 린다였고 무서운 질병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기 전에 하나님 앞에 의로움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린다에 관한 상세 정보를 종이에 적고 몇 주에 걸쳐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의 바람을 전한 병원 목사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던 그녀의 딸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당사자와 직접 통화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느 안식일 오후,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린다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가톨릭 신부님이라고요?”

“아니요. 어르신, 저는 이 지역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목사입니다. 병원 목사님에게 침례를 받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생각이 지금도 변함없으신지 연락드렸어요.”

린다는 딸과 함께 집에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안식일 점심 식사를 얼른 끝내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린다와 나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 예수님과의 관계, 교회와 맺은 인연에 관해 담소를 나누었다. 내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질문하자 린다는 기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린다는 청력이 좋지 않았기에 전화벨과 TV 음량을 최고로 높여 놓아 4층에 위치한 그녀의 아파트 건물 바닥이 떨릴 정도였다.     

한 달이 넘도록 내가 걸었던 전화벨 소리를 그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의 작은 집에 머문 지 한 시간이 지났고 내 목소리는 쉬었지만 기운이 넘쳐났다.


보험 증권?

린다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우리는 주중에 침례식을 거행하기로 하고 침례탕에 물을 채우고, 그녀와 가족을 위한 간단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약속한 수요일에 나는 누가복음 15장과 탕자에 관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하며 집으로 돌아오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가 말하고 있는 동안 린다는 그녀의 여동생에게 기대어 큰 소리로 말했다. “목사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설교를 마무리하고 그녀를 위한 축도를 드린 뒤 침례탕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린다를 예수께로 인도하고 침례를 준비하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정말 진심이었을까? 침례를 자신의 영원한 고민을 덜어 줄 값싼 보험 증권 정도로 생각했을까? 내 마음속은 질문들로 가득했다.

한없이 쇠약해진 몸 때문에 린다는 침례탕으로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동의를 받아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 쇠약한 몸을 물속으로 내려놓았다. 침례를 주고 물 밖으로 일으키자 린다는 눈을 감고 몸을 구부린 채 조각상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린다, 린다. 괜찮아요? 린다, 기분이 어때요?” 자리에 앉아 있던 신자들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완전히 젖었어." 그녀가 소리쳤다. 린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지만 침례식에서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따뜻한 격려와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뒤 나는 교회 문을 잠그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여러 질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십자가의 강도’ 같은 상황은 복잡성을 더한다(눅 23:39-43). 예수께서 친히 우리를 위해 규정하신 의식의 신성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최선의 의도를 믿어 주고 싶다. 선한 믿음에는 섬세한 균형이 따른다. 내가 옳은 일을 했기를 바랐다. 


의심을 해소하다

며칠 뒤 나는 린다의 딸에게 연락했다. “목사님, 혹시 알고 계세요?” 그녀가 물었다.


“뭘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린다의 건강 상태를 알기에 나는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

“목사님, 어머니가 다시 들을 수 있으세요.”

다음 날 나는 직접 확인하기 위해 린다를 방문했다. 그녀의 소파에 앉아 내 목소리에 힘을 주지 않고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TV도 적당한 음량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전화벨이 울리자 그녀가 받았다. 린다는 손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마도 처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린다!” 내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청력 일부를 회복시켜 주시다니 정말 놀랍네요.”

 “목사님.”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일부만 돌려주신 게 아니에요. 그분은 제 청력 전부를 되찾아 주셨어요.”

기적을 경험했음에도 린다는 계속해서 의구심을 품었다. 하나님께서 죄를 용서하셨다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확신할 수 있을까? 나는 누가복음 5장을 펼쳐 친구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구세주 앞에 데려가고자 했던 중풍병자를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예수께서 그 사람을 용서했다고 선언하신 뒤 바리새인들은 신성 모독죄로 그분을 고발했다. 그때 하신 예수님의 대답은 린다와 내가 꼭 들어야 할 말씀이었다.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는 말과 일어나 걸어 가라 하는 말이 어느 것이 쉽겠느냐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리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 내가 네게 이르노니 일어나 네 침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하시매”(눅 5:23-24).

그날 오후, 하나님께서는 나의 판단과 그녀의 진실성에 대한 나의 의심과 이전 삶의 실패에 대한 그녀의 의심 모두를 해소해 주셨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신체적·영적으로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찬양했다.


몇 주 만에 나는 린다의 장례식을 집례하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의 선하고 은혜로우신 주님은 수년간의 흡연으로 인한 그녀의 폐를 치유하지 않으시고 그녀의 청력을 치유해 주셨다. 주님은 많이 진행된 린다의 병을 고치는 대신 그녀가 작별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린다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처음 나를 린다에게 소개해 준 목사님 앞에 서서 누가복음 5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놀라운 사랑 그리고 그분이 여전히 치유하고 용서하는 능력을 베푸신다는 사실을 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분의 은혜는 린다와 나 같은 부족한 설교자 모두에게 충분했다.


제러드 토머스 안수 목사로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두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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