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평화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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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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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소통의 가치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때로는 소통의 부재로 관계가 깨지기도 하고, 소통의 실패로 더 큰 갈등이나 문제에 휩싸이기도 한다.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과의 소통을 잘해야 유권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인이나 상인들은 고객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한 고객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의 소리는 외면한 채, 영업 이익만 추구한다면 그 기업이나 회사는 이내 성장의 동력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외교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국가 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라고 해도 먼 이웃 나라만 못한 사이가 된다. 또한 서로의 국익만 추구하고 협력하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두 나라 사이에 발생하는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없다. 한 나라의 국방 영역에 있어서도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최신식 무기만큼 중요한 것은 통신 기기를 통한 작전이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소통은 한 부대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요소이며, 전멸에 이르게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활한 소통, 올바른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문화 사업 영역에 있어서도 주최 측과 참가자 사이에 진지한 대화와 원활한 소통이 있어야 성공적인 공연이나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준비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성공적인 공연이나 전시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관계에 있어서도 원활한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직장 내에서도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부서 간의 갈등이나 반목 없이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며, 회사의 사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도 진솔한 소통이 필요한데 이를 통해 부부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소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대를 오해하게 되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 되며 결국 이웃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인간 사회에서는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원활한 소통의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통의 기본은 경청
소통(疏通)의 소(疏)는 ‘숨통이 트이다’ 할 때 ‘트이다’라는 뜻과 ‘성글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글다’에서 “성긴 것은 간격이 빽빽하지 않고 드문드문한 것”을 말한다. 요즘 같은 수확철에 곡식을 거둘 때는 수분이나 물기가 적당히 남아 있게 마련이다. 이때 줄기를 너무 꽉 동여매면 귀중한 곡식이 쉽게 썩는다. 이때 공기가 통하도록 성기게 묶어야 곡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뜻에서 ‘성글다 소(疏)’는 ‘공기가 통하게 공간을 트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구멍이 있어야 바람이 잘 통하듯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의 의중이 들어갈 구멍 혹은 여지가 있어야 한다. ‘통할 통(通)’은 책받침 변에 ‘길 용(甬)’이라고도 하고 ‘대롱 용(甬)’이라고도 하는 글자가 합쳐진 것이다. 용(甬)은 마치 피리의 관(管, pipe)과 같아서 속이 빈 것을 나타낸다. 즉 속이 빈 피리처럼 곧게 뻗은 길을 뜻한다. 소통은 한마디로 상대의 의중과 나의 의도 사이에 길을 놓는 것이다. 소통을 못 하는 사람 중에는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유창하게 말 잘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말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태도에다 자기 확신이 겹쳐 고집불통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은나라를 망하게 한 주나라 임금은 매우 총명한 왕이었다. 신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논리로 제압했다. 그러자 점차 신하들은 주눅이 들어 왕 앞에서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주나라 임금은 어리석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머리만 믿고 오만한 태도로 일관해 신하들과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결국 오래지 않아 망하게 되었다. 리더가 똑똑할수록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거나 결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나 신념이 100% 옳다고 강하게 주장해 버리면 상대방이 들어올 틈이 없다. 상대의 의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도만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오히려 반발이 커지게 마련이다.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성기게 해야 상대방의 말이 숭숭 통하게 된다. 소통하려면 기본적으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의도보다 내 생각을 점검하고 상대의 의중을 알아보려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출처: 『한자 인문학』 참조, 김성회 저, 북스톤).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때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제시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공동체가 되었든 권위를 내세우거나 리더의 무모한 목표 제시와 강압적인 사업 추진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며 무너질 수밖에 없다. 좋은 리더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고 공동체 내에 견고한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애쓴다. 또한 구성원들 사이에 상호 존중과 이해가 더해지면 그 공동체의 결속력은 더욱 강해지며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통
한번은 공자 일행이 제나라 변방을 지나게 되었다. 일행의 말이 남의 밭에 들어가 보리를 다 뜯어먹어 버려 주인 농부가 노발대발하며 말을 빼앗고는 돌려주지 않았다. 말주변이 좋기로 소문난 자공이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농부는 “한바탕 먹물들의 이치만 가르쳐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 공자가 어쩌고저쩌고 한바탕 큰 세상 이치를 떠들어 대지만 공자가 무슨 상관이야. 여기서는 안 통해!”라며 오히려 더욱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본 공자가 이번에는 마부를 보냈다. 얼마 후 농부는 조금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얼굴에 웃음까지 띠면서 화를 풀었다. 마부에게 농부를 설득한 비결을 물었더니 “별것 없습니다. 그저 이 고장의 관습대로 농부에게 ‘형님!’이라 불렀고 이 지역의 사투리로 말을 건넸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나처럼 해 봐라!’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청할 때 숨이 트이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성경 창세기 9장에는 이 세상에 죄가 가득하여 하나님께서 세상을 물로 심판하시는 ‘노아의 홍수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홍수 직후, 하나님은 다시는 물로 세상이 멸망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언약의 무지개’를 보여 주셨다. 하지만 창세기 11장에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인간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기 위해 탑의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만큼 높고 커다란 바벨탑을 쌓는 사건이 등장한다. 그러자 인간의 욕망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탑 쌓는 일이 중단된다. 성경의 기록에 따르면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창세기 11장 6~8절)고 하였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워진 <초대형 건축 프로젝트>도 결국 소통의 실패로 인해 무산되었다. 이처럼 우리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불통은 모든 불화와 불행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소통이야말로 우리 삶에 진정한 평화와 참된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라”
(야고보서 1장 19절)
-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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